스테이블코인 이자 금지 조항에 명확성 법안 좌초…美 의회·업계 주도권 전면전
미국 ‘디지털 자산 명확성 법안’이 스테이블코인 수익금 지급 금지 논란으로 표결이 중단됐다. 코인베이스의 공개 반대가 촉매 역할을 하며 금융권과 암호화폐 업계 간 대립이 격화되고 있다.
스테이블코인 이자 금지 조항에 '명확성 법안' 좌초…美 의회·업계 주도권 전면전 / TokenPost.ai
‘명확성 법안’ 중단…美 정치권 내 암호화폐 패권 다툼 수면 위로
미국 의회에서 추진돼온 ‘디지털 자산 명확성 법안(Clarity Act)’이 갑작스러운 좌초 위기를 맞았다. 표면적 이유는 코인베이스가 공개적으로 지지 철회를 선언한 탓이지만, 그 이면에는 암호화폐 수익 구조를 둘러싼 은행과 업계 간 근본적인 대립이 있다.
법안 표결은 당초 상원 은행위원회에서 이번 주 이뤄질 예정이었으나, 팀 스콧 의원이 막판에 일정을 보류하면서 연기됐다. 직접적인 기폭제는 브라이언 암스트롱 코인베이스 CEO의 발언이었다. 그는 법안 초안을 검토한 뒤 “현재 법보다 훨씬 더 나쁜 내용이 담겼다”며 수 시간 만에 지지 철회를 발표했고, 이는 의회 내 균열로 이어졌다.
코인베이스 ‘지지 철회’…법안 좌초의 방아쇠
암스트롱은 “270쪽 분량의 초안을 회람 받은 지 불과 하루 반 만에, 소비자에게 재앙이 될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고 주장했다. 문제로 지적된 조항은 다음과 같다.
- 코인베이스 등 거래소 이용자 대상 보상·이자 지급 금지
- 원화 기반 암호화폐(RWA) 토큰화 추진에 대한 SEC 권한 축소
- CFTC의 일반 암호화폐 시장 감독 권한 축소
이 같은 주장에 대해 리플의 브래드 갈링하우스 CEO는 스위스에서 열린 포럼에서 “코인베이스가 유난스러울 정도로 반대를 표명해 놀랐다”며 “대다수 업계는 여전히 타협안 마련을 위해 논의에 참여 중”이라고 선을 그었다.
6,600조 원 예금, 스테이블코인 이자 지급 둘러싼 전쟁
해당 내용에서 가장 첨예한 쟁점은 ‘스테이블코인 수익금 지급 금지’ 조항이다. 영상·SNS 분석에 따르면, 미국 내 은행 업계는 이를 통해 경쟁 위험을 제거하려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법안의 제404조는 발행자뿐만 아니라 거래소, 제휴사, 파트너 등 모든 경로를 통한 이자 지급을 전면 금지하는 조항을 포함하고 있다.
이는 은행이 수익 모델을 지키기 위한 ‘방어막’으로 해석된다. 현재 미국 은행 예금 금리는 평균 0.01%에 그치지만, 스테이블코인은 국채 등 단기 자산에 기반해 4~5% 수익을 낼 수 있다. 사용자들에게 해당 수익 일부를 공유하면 은행 예금이 빠져나갈 수도 있다.
영상에 인용된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스테이블코인이 경쟁력을 가질 경우 은행 예금의 25.9%, 약 1조 5,000억 달러(약 2,213조 원)가 은행권 밖으로 이탈할 수 있으며, 이는 지역은행 대출 여력에도 큰 위협이 된다. JP모건, 뱅크오브아메리카 등 주요 은행 CEO들도 최근 실적 발표에서 “이자 지급 가능한 스테이블코인은 시스템 리스크”라며 우려를 표시한 바 있다.
프라이버시 우려…‘빅브라더 조항’ 논쟁
추가 논란은 개인정보 보호와 관련돼 있다. 법안에는 거래 실시간 모니터링, 비보관형 지갑(논커스토디얼 월렛)까지 규제 확대, 해외 중앙은행과 데이터 공유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어 프라이버시 침해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한 평론가는 해당 법안을 ‘디지털 금융판 감시망(dragnet)’이라 표현하며, 트레저리 부처의 암호화폐 동결 권한 확대 등이 자의적 해석 가능성과 소비자 피해를 키울 수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탈중앙금융(DeFi) 사용자나 개인 지갑 사용자들이 주된 타깃이 될 수 있어 업계와 이용자 반발이 거세다.
의회는 ‘진행 중’…시장 반응은 싸늘
법안을 검토 중인 상원의 팀 스콧, 신시아 루미스, 빌 해거티 의원은 각각 “논의는 계속되고 있으며 모두 협상 테이블에 앉아 있다”며 일시 중단에 지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나 암호화폐 업계와 커뮤니티의 반응은 전반적으로 부정적이다.
일각에서는 이 법안을 ‘디지털 자산판 도드-프랭크(Dodd-Frank)’라 평가하면서, 금융권의 입김을 반영한 규제 포획 사례라고 비판했다. 심지어 “중국이 이자를 지급하는 디지털 위안화를 실험하는 상황에서 미국이 자국 스테이블코인 이자를 금지한다면 전략적으로도 자해 행위”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수익은 누가 제공하나’…워싱턴의 본질 싸움 부상
이번 사태는 단순한 규제 논의 수준을 넘어, 미국 내 금융 구조와 암호화폐 플랫폼 간의 본질적인 주도권 경쟁으로 확산되고 있다. 즉, ‘누가 디지털 시대의 금융 수익을 제공할 것인가’라는 문제다.
이 문제가 원만하게 합의되지 않을 경우, 스테이블코인을 기반으로 하는 온체인 금융 생태계는 정부 규제로 인해 제한될 수 있으며, 반대로 은행 시스템으로 흡수될 가능성도 있다. 규제의 방향이 여기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